심리학에서 기질(temperament)은 자극에 대한 반응성처럼 태어날 때부터 상당 부분 정해져 있는 생물학적 성향을 가리킵니다. 하버드의 심리학자 제롬 케이건은 생후 몇 개월 된 영아들이 낯선 자극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관찰해, "고반응성" 아기와 "저반응성" 아기로 나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반응성은 이후 소심함이나 대담함 같은 기질적 성향과 연결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기질은 성격의 재료에 가깝습니다. 같은 기질을 타고나더라도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에 따라 전혀 다른 성격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성격(personality)은 타고난 기질 위에 양육 방식, 문화적 배경, 인간관계 경험, 크고 작은 인생 사건들이 쌓이며 형성되는 훨씬 복합적인 결과물입니다. 예를 들어 자극에 민감한 기질을 타고났더라도, 안정적이고 지지적인 양육 환경에서 자란 경우 성인이 되어서는 오히려 신중하고 사려 깊은 성격으로 자리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로 자란 일란성 쌍둥이와 이란성 쌍둥이를 비교하는 여러 행동유전학 연구들은, 성격 특성의 유전 가능성이 대략 40~60% 수준이라고 보고합니다. 나머지는 가정 환경, 또래 관계, 개인만의 고유한 경험 등 환경적 요인으로 설명됩니다.
이는 "성격의 절반은 타고나고 절반은 만들어진다"는 대중적인 표현과도 대략 맞아떨어지지만, 실제로는 유전과 환경이 독립적으로 작용하기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설명입니다.
여러 장기 추적 연구에 따르면 사람의 성격 특성은 완전히 고정되어 있지 않으며, 나이가 들면서 대체로 더 성실하고 정서적으로 안정된 방향으로 서서히 변화하는 경향(성숙 원리)이 관찰됩니다. 타고난 기질은 쉽게 바뀌지 않더라도, 그 위에 쌓이는 성격은 의식적인 노력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 평생에 걸쳐 계속 다듬어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