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정신과 의사 존 볼비는 1950년대에 영유아가 주 양육자와 맺는 정서적 유대가 이후 발달에 깊은 영향을 미친다는 애착 이론을 처음 제시했습니다. 이후 심리학자 메리 에인스워스는 "낯선 상황 실험"을 통해 아이들이 양육자와 분리되었다가 재회할 때 보이는 반응을 관찰해, 애착을 몇 가지 유형으로 구분했습니다.
안정 애착은 양육자가 일관되게 반응해줄 때 형성되며, 이런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친밀함을 편안하게 느끼고 갈등 상황에서도 비교적 침착하게 대화로 풀어가는 경향을 보입니다. 불안 애착은 양육자의 반응이 일관되지 않았을 때 형성되기 쉬우며, 관계에서 버림받음에 대한 두려움과 과도한 확인 욕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회피 애착은 정서적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아, 친밀해지는 것 자체에 불편함을 느끼고 감정적 거리를 두려는 경향으로 이어집니다. 혼란 애착은 양육 환경 자체가 불안정하거나 위협적이었을 때 나타나며, 친밀함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두려워하는 상반된 반응이 뒤섞여 나타납니다.
심리학자 신디 하잔과 필립 셰이버는 1987년 연구를 통해 어린 시절의 애착 유형이 성인이 된 이후의 연애 관계 패턴과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어릴 때 형성된 "관계란 이런 것"이라는 내적 작동 모델이, 이후 연인 관계에서 상대를 신뢰하는 방식이나 갈등에 반응하는 방식에 무의식적으로 영향을 준다는 것입니다.
유독 반복되는 연애 패턴 — 예를 들어 항상 감정 표현에 서툰 상대에게 끌리거나, 관계가 안정되면 오히려 불안해지는 경우 — 은 이런 애착 유형의 영향일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애착 유형이 평생 고정되는 낙인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심리학에서는 안정적인 관계 경험이나 상담을 통해 후천적으로 안정 애착에 가까운 패턴을 형성하는 것을 "획득된 안정 애착(earned secure attachment)"이라 부릅니다. 자신의 애착 패턴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그 패턴에서 한 걸음 벗어나는 첫걸음이 됩니다.